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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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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수

 

하루에도 몇 번씩 다니는 이 길은 50년 전 책 보따리 허리 둘러메고 발보다 훨씬 큰 까만 고무신을 땀에 미끄러워 몇 번이고 고쳐 신으며 등.하교 하던 그길이다. 지금은 폐교된 지 30년이 지난 옛 이름 봉성국민학교와 집을 이어주던 이 길에는 이맘때면 문득문득 생각나 웃음 짓게 만드는 어릴 적 기억을 추억하며 오늘도 지나온다. 이맘때면 또 하나 훗날 제 기억에 박제될 장면이 비교적 최근에 생겼다. 

매년 가을이면 합천에는 대야 문화제가 군민체육대회와 함께 열린다. 이 행사를 상징하는 장면이 개회식이다. 공설운동장의 스텐드 높은 곳에 위치한 그분들은 지난 93일 중국의 전승절 행사 때 텐안먼 망루의 그들과 똑같이 아래를 향하여 손을 흔든다. 귀여운 유치원생들의 재롱 행렬, 흥겨운 풍악 행렬, 하얀 유니폼으로 차려입은 어르신들의 춤까지 그분들 앞에서 재롱을 시전해 보인다. 참으로 민망한 장면이다. 그분들의 인사말은 대통령 취임식을 비롯한 그 어떤 중앙정부 행사보다 길고, 이름도 생소한 단체 회장님들의 마이크 릴레이가 끝이 없는 와중에 뙤약볕의 군민들은 지쳐간다. 마을 이장 7년을 하면서 합천의 가장 큰 문화 행사의 이미지는 이렇게 기억되고 있었다.

얼마 전 합천문화예술회관 신축 관련해서 예산증액안이 해당 상임위에서 부결되어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겼다. 의회는 우리 합천이 수해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만큼 피해가 큰데 도비 20억을 제외한 전부를 군비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니 수해에 대한 피해 복구가 우선이며, 당초 310억의 예산이 493억으로 늘어난 과정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을 계기로 제대로 된 의견 수렴과 면밀한 검토 과정을 한번 더 거친 후 사업이 추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십여 년 전 밤마리오광대 탈춤을 접했다. 그 이야기와 예술성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합천의 대표 공연 예술로 발전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천군이 문화예술회관의 신축, 또는 그 규모를 고집할 일이 아니라 이러한 특색있는 지역문화를 발굴하고, 전승하고, 발전시키고, 보전하는 일에 그 십분 지 일의 관심으로 합천 고유의 지역문화 창출에 투자한다면 주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 히트를 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니라 한국적 요소가 부각 되어서이다. 합천 고유의 것에 포커스 될 때 합천의 문화예술은 가치를 발하고 정책은 성공할 것이다.

철학자 제러미 벤담은 어떤 의사결정과 행위는 최대 다수가 최대의 행복을 느끼는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합천군 재정도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하여 쓰여야 한다. 그러므로 합천군 재정은 구석구석 마른 땅 찾아 골고루 적셔야 한다. 합천군민의 재정에 대한 의존이 가히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남아있는 군사 문화의 향수로 누군가는 높은 곳에서 내려 봐야 하고, 군민을 줄을 세워 행진시키고, 소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 국민의 세금 500억원을 사용하는데 조금의 주저함도 없는 것이 문화예술정책의 전부여서는 안된다. 문화예술행정의 수요자는 다수 군민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50년 전 등굣길 코스모스의 추억이 가을 감성을 건드려 감히 합천의 문화예술을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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