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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6-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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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수연

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시 공부

최종득

 

우리 선생님은

재미난 시 읽을 때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큰 소리로 읽는다.

 

다 읽고 나면

우리를 바라보면서

장난기 어린 얼굴로

깔깔거린다.

 

우리 선생님은

슬픈 시 읽을 때면

눈을 지그시 뜨고

나지막이 읽는다.

 

다 읽고 나면

고개를 십오 도 정도 올려서

창문 쪽을 바라보며

숨을 깊게 들이쉰다.

 

시가 뭔지 몰라도

선생님만 보고 있으면

시가 절로 느껴진다.

(쫀드기 쌤 찐드기 쌤 / 문학동네)

 어느덧 제가 옆 동네 서정홍 농부 시인께 시를 배운 것도 십 년이 넘었습니다. 선생님은 항상 시는 뒷간에서 똥을 누듯이 써야 한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리 잘난 척 고상한 척하는 사람도, 똥 눌 때만큼은 그런 거 없이 그냥 똥 누는 데에만 집중하게 되지요. 시도 그렇다는 겁니다. 억지로 꾸며내지 말고 쓰고 싶을 때 있는 그대로 써야 좋은 시가 나온다는 거죠.

그렇게 십 년이 지나 어느덧 저에게도 제자가 생겼습니다. ‘꿈마실 학교에서 시 쓰기 수업을 맡게 됐거든요. 꿈마실 학교는 밖에서 안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닌, 자기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꺼내놓는 교육을 하자는 목적에서 만든 학교입니다. 전국에서 아이들을 모아 주마다 줌으로 화상수업을 합니다.

첫 수업 시간, 제가 좋아하는 시 몇 편을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시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쉬운 시도 있구나, 신기해했습니다. 시를 읽다 보니 자기도 시를 쓸 수 있겠다 싶은 용기도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 용기로 아이들과 한 편, 두 편 시를 써나갔습니다. 시의 형식이나 문법 같은 것은 일부러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저도 잘 모를뿐더러, 좋은 시를 쓰는 데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우리 할머니가 이해하기 어려운 글은, 좋은 글이 되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저도 선생님께 자주 듣던 말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있는 그대로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게 됩니다. 자꾸만 꾸미고 싶고 뭔가 대단한 것이 숨겨져 있는척하게 됩니다. 자기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용기가 없으니 자꾸만 포장하게 되는 겁니다.

시 쓰기 수업은 그 용기를 내는 과정이었습니다. 내 생각이 정말 글로 써봄 직한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 그것이 제가 가장 가르치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한 학기가 지났습니다. 아이들이 한 학기 동안 쓴 시들을 모아 작은 문집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 시는 조금 딱딱하고 서툰 시였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 시가 어느 시인의 시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그 누구의 흉내도 내지 않고, 척하지 않고, ‘뒷간에서 똥 누듯쓴 시. 정말 딱 그런 시였거든요. 누구한테 배웠는지 참 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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