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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04-05

합천군 2026년 본예산 중 노인아동여성과 예산은 총 1,123억 원. 이 중 74% 이상이 노인복지에 집중되어 있고, 여성과 아동·청소년 예산은 24% 수준에 머문다. 금액뿐 아니라 사업 구성도 다르다. 노인복지 분야에는 일자리, 경로당 운영, 냉난방기 교체, 돌봄서비스 등 체감형 정책이 밀도 있게 담겨 있다. 반면 아동·여성과 청소년 분야는 보육료 지원, 아동센터 운영, 출산축하금 등 중앙정부 보조사업 위주이며, 지역 여건에 따른 자율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청소년 관련 예산은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구조는 단순한 수요 불균형이 아니라, 정치적 발언권의 격차를 반영한다. 노인은 유권자이고,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 아동과 청소년은 유권자가 아니고, 여성도 정책 결정 구조에서 주변화되어 있다. 결국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이들의 삶은 예산에도 실리지 않는다.

 

합천군에도 주민참여예산제가 있고, 청소년도 제안할 수 있다. 교육지원청 산하 학생의회와 군청의 청소년자치위원회도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운영 실태를 보면, 제도는 있지만 실질은 약하다. 주민참여예산으로 채택된 사업은 도로포장, 가로등 설치 등 생활 기반시설 중심이고, 청소년이 직접 제안해 반영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학생의회도 정례회는 열리지만, 권한은 자문에 머무르고 결과는 교육청이나 군정에 반영되었다는 확증을 찾기 어렵다.

 

타 지자체의 사례는 다르다. 광주 서구, 부천시 등은 청소년의회가 예산 우선순위 결정, 정책 제안, 참여예산 연계 등 실질적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곧 행정의 의지와 제도 설계가 당사자 참여를 얼마나 실질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노인복지 강화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아동과 여성, 청소년의 권익을 밀어내는 구조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청소년과 여성의 삶이 예산 속에 반영되려면,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예산학교, 청소년 예산제안 캠프, 아동권리 모니터링단, 여성 생활권 정책포럼 등의 제도를 통해 당사자의 참여를 실질화할 수 있다.

 

예산은 정치다. 누가 말할 수 있고, 누가 결정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예산은 삶을 담기도 하고 소외시키기도 한다. 합천군이 진짜 주민참여를 원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회의가 아니라, 더 많은 목소리다.

 

| 함께하는 합천

(함께하는 합천은 합천의 지역 현안과 정책을 주민의 시선에서 살펴보고 공론화해 온 시민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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