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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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수연 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
개미 한 마리를 실수로 밟을 뻔한 날
강우근 「햇생강이 나오면」 / 창비
그만 사라져도 좋겠다고 생각한 하루는 슬프거나 괴로울 때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린 땅콩샌드위치를 한 입 물었을 때 해가 지기 전 새소리를 들으며 양팔을 벌린 채 언덕을 내려올 때
그만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괜찮다는 생각에 빠져듭니다 더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같이 충분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어쩌면 앞으로 실수로 개미 한 마리도 밟지 않을 수 있고 누구에게도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푹신한 행복 속에서 저는 여러번 죽습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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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기른 양파가 창고에서 썩어갑니다. 어머니는 아까워 죽겠다며 얼른 썰어 말리자고 난리입니다. 저는 늦장을 피우다가 어제서야 양파 껍질을 벗겼습니다. 짓무른 양파에서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납니다. 온 동네 파리들이 모여듭니다. 처음에는 손으로 휘휘 쫓아내고, 손등에 앉은 파리에게 바람을 후후 불다가, 마침내 뜨거운 솥단지에 올라간 사람처럼 몸을 벌떡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결판을 보겠다는 듯이 파리채를 가져와 휘두르기 시작했지요. 짝! 짝! 박수 소리 같은 것이 날 때마다, 파리는 온몸이 쪼개졌습니다. 그런데 파리는 잡아도 끝이 없고, 운 좋게 목숨을 건진 파리들이 약 올리듯 제 귀에서 웽웽거립니다. 오늘은 살생을 너무 많이 했으니, 집에 들어가면 따듯한 물을 마셔야겠다 싶습니다. 이상한 미신을 믿는 건 아니지만, 왠지 그리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곳곳에 떨어진 죽은 파리를 빗자루로 쓸어 담으면서, 오늘의 시를 생각했습니다. ‘실수로 개미 한 마리도 밟지 않을 수 있고 / 누구에게도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는 / 그런 푹신한 행복’ 그것은 어째서 발견하기 어려운 것인가. 정성 가득 모아 착하게 키운 양파도 시간이 지나면 썩고 악취를 풍긴다는 사실이 괜스레 안타까워졌습니다. 네가 파리를 끌어모으니까 내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지. 양파를 원망해보기도 합니다. 잡아도 잡아도, 잡히지 않던 파리는 선풍기를 틀자 마침내 날아 갔습니다. 지독한 파리는 떠나고, 시원한 바람이 땀에 젖은 어깨를 다독였습니다. 그 순간 타오르던 화가 가라앉고, 마음이 순식간에 폭신해졌습니다. 이렇게 쉽게 행복해지다니. 저는 스스로가 조금 미개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양파를 다 까고 나니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습니다. 몸은 고단했고, 아까의 행복은 불씨만 남아 있었지만, 볼멘소리 들어줄 식구도 파리도 없으니 그다지 짜증이 나지 않았습니다. 간단하게 저녁을 챙겨 먹고, 깨끗하게 몸을 씻은 뒤에 이부자리로 들어가 누웠습니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습니다. 히히, 헤헤헤 웨에에엥. 웃음소리 사이로 파리 한 마리가 끼어들었습니다. 저는 조용히 선풍기를 켜고 다시 누웠습니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고된 하루를 보낸 파리와 저를 도닥거려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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