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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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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착해질 때

  

 

이랑을 만들고

 

흙을 만지며

 

씨를 뿌릴 때 

 

나는 저절로 착해진다.

 

여태 살아오면서 스스로 착해진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농사일을 하고부터 머리가 맑아지고 온몸이 개운해지면서 착해진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어요. 왜 착해진다는 생각이 들었을까요?

만일 남이 시켜서 농사일을 했더라면 무척 힘들었을지 몰라요. 그리고 <내가 가장 착해질 때>란 시도 쓸 수 없었겠지요. 자연 속에서 자연을 따라 농사지으며 살고 싶어 스스로 선택한 일이니까 하루하루가 얼마나 설레고 기쁘겠어요. 더구나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데 작은 보탬이 된다면 그 무엇을 더 바라겠어요.

이 시집을 읽고 <내가 가장 착해질 때>란 제목으로 모방시 쓰기’(다른 사람이 쓴 시를 흉내 내거나 본떠서 쓴 시) 수업을 하는 학교가 많대요. 그리고 수업시간에 쓴 시를 제 메일로 보내주는 학교 선생님도 있어요.

만날수록 정이 드는 친구랑 /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을 때 / 나는 저절로 착해진다.” “아버지가 일터에서 돌아와 / 수연아, 공부하느라 힘들제 / 밥은 제때 잘 챙겨 묵고 다니나 / 이렇게 내 마음 알아줄 때 / 나는 저절로 착해진다.” “우리 엄마가 / 순철아, 하고 / 다정하게 내 이름 불러줄 때 / 나는 저절로 착해진다.” 

여러분은 어느 때 가장 착해지나요? 마음 알아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어찌 재산이나 권력 따위와 견줄 수 있겠어요. 가정에서 식구들이 둘러앉아, 때론 학교 수업시간에 <내가 가장 기쁠 때> <내가 가장 슬플 때> 이런 제목으로 시를 써보면 어떨까요? 살아가면서 어떤 일을 겪던 가장 먼저, 자기 마음을 잘 살펴보아야만 흔들리지 않고 헤쳐 나갈 수 있지요.

 

글쓴이 서정홍 시인

(약력: 가난해도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참되게 바뀐다는 것을 가르쳐 준 스승을 만나,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시집과 산문집을 펴냈다. 전태일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서덕출문학상, 윤봉길농민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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